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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경각에는 세종의 과학정신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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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0회 작성일 21-06-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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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경각에는 세종의 과학정신이 담겨 있다

 

조선만의 시계와 역법을 만들고자 한 세종의 집념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것은 14381월 완성된 흠경각(欽敬閣)’이라는 건물 이름에서 그 출발을 찾을 수 있다. 흠경각이란 흠모하고 공경하는 건물이라는 뜻인데, 무엇을 흠모하고 공경하는 것일까. 세종과 장영실(蔣永實) 그 둘의 만남의 종점에는 옥루와 흠경각이 함께한다.

 

1432년 간의에서 출발하여 1437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를 마무리하고 천문의기 제작이라는 국가사업의 대미를 장식한 장영실은 물시계와 천체의 회전을 통합한 새로운 개념의 천문시설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바로 옥루(玉漏). 1438년 세종은 옥루를 포함한 여러 과학기기를 침전 근처 사정전의 부속 건물인 천추전 서편에 흠경각을 지어 배치하고 직접 그 기기들의 작동을 살폈다.

 

세종은 이 천문 관측기기를 설치한 건물 이름을 왜 흠경각이라고 지었을까. ‘흠경각이라는 건물 이름은 다름 아닌 삼경(三經) 중의 하나인 서경의 우서(虞書) 요전(堯典)에 나오는 다음의 글귀 속에서 뽑아내어 지은 것이다.

 

乃命羲和(내명희화) 若昊天(약호천)

曆象日月星辰(역상일월성신) 授人時(수인시)

요임금은 이에 희씨와 화씨에게 명하여 광대한 하늘을 공경하고 받들며, 해와 달과 별의 운행을 관찰하여 삼가 사람들에게 때를 알려주도록 했다. -서경우서 요전

 

위의 글은 관상수시(觀象授時)’ 또는 역상수시(曆象授時)’라는 말로 나타낼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하늘을 관찰하여 시간을 내어준다라는 의미다. 조선의 건국이념과 통치 철학인 성리학적 사상이 그 뿌리였다. 임금은 하늘이 내고 천명(天命)을 받은 임금만이 백성을 통치할 수 있다는 천명사상은 하늘의 천문과 지상 세계인 땅의 인문을 이어가는 천인합일의 사상이기도 했다.

 

 요순시대는 이후 제왕들의 이상(理想)이었고 롤모델이었다. 천명은 하늘이 내려준 것이었다면, 그 천명을 받은 임금은 백성이 먹고살게 해주어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농사를 짓는 때를 알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때, 즉 시간을 내려주는 것은 임금의 절체절명(絶體絶命)한 사명이 되었다.

 

 그 시간을 알리는 것이 해시계였다. 그런데 해시계를 쓰려면 역법을 기본으로 하여 시법이 작동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역법은 조선의 하늘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중국의 하늘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에 조선에 맞을 리 없었다. 천명을 받은 임금이 가장 먼저 할 일은 하늘을 관찰하여 시간을 내어주는 것인데, 그 첫 번째  사명부터 제대로 완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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